인생을 농사에 비하면, 그중에 큰 농사가 자식농사다. 자식농사가 삐걱일 때 그 부모의 심정은 이루 형언키 어렵다. 나는 정신과 의사로서 그런 경우를 많이 접하는 편이다. 농사란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나머지는 하늘에 맡겨야 하는 것이다. 할 수 있는 일을 안하거나, 지나치게 하면 문제가 된다. 제때에 거름을 안줘도 문제고, 너무 많이 줘도 문제다. 적절하게 주려면 식물의 목소리를 들을 줄 알아야 한다. 식물은 죽겠다고 비명을 지르는데도 빨리 자라라고 억지로 잡아 당기는 식이 너무도 많다.왜 어른들은 아이들의 목소리를 듣지 못할까? 그건 자기 안의 어린애 목소리를 듣지 못하기 때문이다. 벌거벗은 임금님이 벌거벗었다는 것은 누구나 알지만, 스스로의 눈을 믿지 못하다가, 누군가 "어? 임금님이 벌거벗었네!" 하는 소리에, 그제서야 모두들 제정신을 차린다. 김녹두의 좋은 엄마 학원 도 이 시대의 그런 목소리 중 하나이다. 등장 인물들의 한마디 한마디가 모두 외면할 수 없는, 그렇지만 다들 애써 외면하려고 하는, 우리들의 일상현실이다. 그 가운데 아이들이 매일 마음 속으로 웅얼거리는 소리들을 꺼내 보여준다.자녀교육에 관한 온갖 책들이 있겠지만, 자녀교육은 지식 보다도 아이와 마음이 통해야 되는 것이다. 그래서 이렇게 저렇게 하면 된다 는 식의 책보다는 좋은 동화나 소설이 더 낫다. 그리고 김녹두의 동화는 공주님이나 사나운 용 따위의 먼나라 이야기가 아니라, 목에 열쇠를 걸고 학원을 순례하는 우리 주변 아이들 이야기이다. 그래서 내게는 임상 사례보고서 처럼 보이기도 한다. 아이에게 읽히기 전에 부모들이 먼저 읽었으면 한다
두 아이를 둔 엄마 작가의 눈으로 본 초등학생 아이들의 모습에는 사람과 사람, 사람과 사회의 단절을 엿볼 수 있다. 어쩌면 보편적이기까지 한 이 경험들을 작가는 4편의 동화를 통해 객관적이면서도 따뜻하고 유쾌하게 풀어놓는다.
많은 동화들이 바람직한 모습으로 이상화되어 있거나, 추억 속의 어린 시절을 다루거나, 처절한 현실 속에 생기를 잃은 아이들을 그리고 있다면, 이 책에는 모든 굴레를 벗고, 현실 속의 일상적인 이야기를 시도한다. 관계의 역전을 보여주는 눈사람 카드 , 기발한 상상력을 동원하여 가족 사이의 단절과 그 치유를 다룬 좋은 엄마 학원 , 아들 없는 집의 셋째 딸 미미의 이야기를 다룬 미미가 치마를 입게 된 사연 , 직장에 나가는 엄마와 아이를 그린 뻐꾸기 엄마 네 작품을 만나보자.
특히, 표제작 좋은 엄마 학원 은 좋은 엄마 학원 이라는 상징적인 공간을 경험하며 엄마와 다정이가 겪는 일상의 변화를 통해 부모로서 우리가 어느 지점에 서서 우리 아이들을 바라봐야 하는지 가늠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또 그 자리에서 우리는 아이들이 저마다의 난관 앞에서 어떤 방식으로 상황을 받아들이고 어떻게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지를 좀 더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다.
기획의 말/ 관계의 상상력
눈사람 카드
좋은 엄마 학원
미미가 치마를 입게 된 사연
뻐꾸기 엄마
작가의 말/ 마음으로 들어 보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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