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는 소리’는 저자가 비슷한 내용을 다룬 다른 책들처럼 옛 글 중 깊이 곱씹어보고 한 번 더 생각해볼 글을 모아 놓고 있다. 내용에서 별 차이 없는 저자의 다른 책들을 이미 꽤 읽었기 때문에 자칫 지루하게 읽혀질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저자의 글 솜씨가 워낙 훌륭해 그런 느낌 없이 옛 글을 통해서 여러 생각들을 해보게 해주고 있다. 계속해서 일정 수준 이상의 글쓰기를 보여준다. 비슷한 논의를 한 다른 책들과 조금은 다른 점을 찾으라면 전체 3부로 나눠진 내용 중 3부에서 중국과 한국의 옛 글만이 아닌 일본의 옛 글도 다루고 있다는 점이 특색이고 저자 개인 느끼는 현재 연구 풍토의 답답함과 여러 문제점 등 개인적인 생각을 솔직히 꺼내놓고 있다는 점에서 이색적이었다. 1, 2부에서는 저자가 다른 책들에서 이미 조금씩은 논의했던 내용들을 조금은 달리 다루고 있다. 옛 사람들이 어떤 식으로 책을 읽었으며 책을 읽으며 무슨 생각을 했고 그들이 읽고 생각하는 과정을 알아본 후 지금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들이 무엇인지를 따져보는 1부에서는 책과 관련된 여러 이야기들과 독특한 사연들을 알려줌과 동시에 어째서 그렇게 책에 미쳐있었는지를 두루 살펴보고 있다. 2부에서는 옛 사람들이 남긴 글을 통해서 어떤 마음가짐과 내면을 갖고 있었는지, 옛 사람들이 살아가며 겪었던 여러 시시콜콜한 이야기들과 함께 눈물짓게 하는 이야기들을 갖고 어떤 것들을 생각해볼 수 있을지를 고민해보는 내용으로 채워져 있다. 마지막 3부는 앞서 언급했듯 옛 글을 지금의 삶과 연결시켜 우리들이 잊고 있고 놓치고 있는 것들이 무엇인지를 옛 글과 이야기로 당시(2002년)에 대입시켜 생각해보는 시사적인 내용들 많아 저자의 다른 책들에 비해서는 꽤 이례적인 내용으로 채워져 있다. 때로는 쓴소리를 아끼지 않고 때로는 준엄하게 꾸짖으려고 하고 있기 때문에 그리고 그 말들이 틀린 것 없다는 생각이 든다. 글을 끝낸 다음 이어지는 글뒤에 에서 내놓는 저자의 한탄어린 고백에서 단지 서글픔만을 느끼고 공감하기 보다는 뭔가 어떤 식으로 지금과는 다른 방식을 찾아봐야 할 것인지도 생각해보게 해준다. 느끼는 것 많아도 딱히 나아진 것 없으나 그래도 조금이나마 읽은 것에서 깨닫는 것이 있고 반성하며 나를 벼려야겠다. 글을 통해서 조금씩이라도 나아졌으면 좋겠다. 그게 진심이고 그래서 뭔가를 계속해서 읽게 된다. 무언가를 읽고 쓰고 남기는 것에 대해서 여러 생각을 하게 해준다.
선인들의 독서의 목적은 지혜를 얻는 데 있었지, 지식의 획득에 있지 않았다. 세상을 읽는 안목과 통찰력이 독서에서 다 나왔다. 책 속의 구절 하나하나가 그대로 읽는 이의 삶 속에 체화(體化)되어 간섭하고 통어하고 영향력을 발휘했다. 그네들이 읽은 책이라야 권수로 헤아린다면 몇 권 되지 않았다. 그 몇 권 되지 않는 책을 읽고 또 읽었다. 읽다 못해 아예 통째로 다 외웠다. 그리고 그 몇 권의 독서가 그들의 삶을 결정했다.
책 읽는 소리 는 독특한 글쓰기를 보여주고 있는 젊은 한문학자 정민 교수의 고전독서 에세이로, 옛 글에서 떠오르는 옛 사람들의 내면 풍경을 오롯이 되살리고 있다. 시서화(詩書畵)를 아우르고 읽는 이의 심금을 울리는 사색의 글을 남긴 추사 김정희나 근원 김용준을 기리는 정민 교수의 에세이는 옛 선인들의 학문과 사상이 그리 멀지 않음을 느낄 수 있게 한다.
이 책은 모두 3부 47편의 글로 구성되어 있다. 제1부 옛 글을 읽는 까닭 은 독서와 관련된 글들이다. 책읽기와 글쓰기에서 미끄러져 나온 생각들, 옛 사람의 음미할 만한 일화들이 등장한다. 제2부 마음 속 옛 글 은 옛 글의 행간에서 옛 사람의 내면 풍경을 들여다본 것이다. 제3부 옛 글과 오늘 은 고전을 오늘의 삶과 이어보려는 생각들이 담긴 글들로 이루어져 있다.
글 머리에
옛 글을 읽는 까닭
책 읽는 소리/옛 선비의 일상과 독서의 의미/옛 사람과의 맛난 만남/책만 읽은 바보/책 빌려 읽기/다섯 수레의 책과 정보의 양/책읽기와 깨닫기/선인들의 독서론/책 읽은 횟수/옛 사람의 기록 정신/기록의 보관과 정본(定本)의식/관찰의 힘과 메모하는 습관/이생규장전과 천녀유혼/아비 그리운 때 보아라/어버이의 편지/한가로움의 의미/옛 글 속 육친의 정/빛깔과 태깔/여름날의 독서
마음 속 옛 글
비슬산의 두 스님/달밤의 방문/책 팔아 밥을 먹고/나의 열 가지 즐거움/스승과 제자의 자리/무덤 앞의 독백/한가한 날의 놀이/눈 뜬 장님/기다림의 시간/부끄러움에 대하여/슬픈 편지/저 매화에 물을 주어라
옛 글과 오늘
울림이 있는 말/텅 빈 충만/숨어있을 그 한사람/내가 이다지 어리석었던가/역사책의 행간/사필(史筆)의 매서움/슬픈 대도/대문 앞에 붙인 방문(榜文)/아첨의 비결/난초와 버섯/사마천, 나비를 놓친 소년/일본 고전 산문의 매력/달랠 길 없는 마음/오쿠의 오솔길, 나를 찾아 떠난 길/작은 나라 적은 백성/글스기와 병법
글 뒤에 : 그 때와 지금, 여기와 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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