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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서 철학하기


책의 처음을 시작하는 추천의 글 에서 언급된 것처럼 철학 이라고 하면 소크라테스나 아리스토텔레스 또는 공자나 맹자를 떠올린다. 하지만 이 책에서 말하는 철학은 일상생활에서 경험할 수 있는 지극히 평범한 것들로부터 출발한다. 책 제목에 철학이 들어가있다고 해서 턱을 괴고 앉아서 심오한 인생철학을 논의하고자 하는 책은 아니다. 표지에 적혀있는 글처럼 이 책에서 말하는 철학은 엉뚱 하고 이상 하고 웃긴 철학이다. 내가 하나 덧붙이자면 골때리는 철학이다. 저자가 들어가는 글 에서 말한 것처럼 이 책은 심심할 때 가볍게 뒤적여볼 수 있는 책일 수도 있다. 이 책에서 제안한 철학적 구도의 방법은 놀이 이다. 하지만 심심풀이 놀이를 통해서 시각의 변화를 유도하며 더 나아가 우주의 정체성, 우주의 영속성 등을 고민하게 만들고자 했다. 내 이름을 불러보라는 제안으로 시작하여 하나하나가 전부 골때리는 이야기들이다. 일단 첫 사례를 읽고 난 느낌은 약간 망치로 머리를 맞은 느낌이 든다. 골방에서 내 이름을 부르다 보면 누군가 내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들릴 것이라는, 내 이름은 주로 타인이 부르기 때문에 내 스스로 내 이름을 부르다보면 나 자신이 둘이 된 것처럼 느끼게 된다는 것이다. 심오한 뭔가가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일단 넘어가자. 두번째 사례는 나도 많이 경험했던 사례이다. 낱말의 의미에 구멍내기 라는 제목인데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많이 사용하는 단어를 자주 반복하다보면 그 단어의 의미가 헷갈려지기 시작한다. 책은 연필 이라는 사례를 이야기하고 있는데 연필, 연필, 연필 계속 반복하다보면 왜 연필 의 이름이 연필 이 되었는지 생소한 느낌이 들 때가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을 저자는 낱말과 사물의 분리 라고 설명한다. 이런 놀이를 통해 사람들은 낱말과 사물을 이어주는 끈이 생각보다 너무 허약하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p.22). 세번째 사례도 읽다보면 뭔가 심오한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나 를 찾는 작업에 관한 이야기인데, 결국 나 는 누구인가에 대한 질문을 답하기 위한 작업이다. 생각해보자. 나 는 누구인가? 홍길동의 나 는 홍길동이고, 홍길순이 말하는 나 는 홍길순이다. 각자 1인칭 대명사로서 나 라는 사람은 말하는 사람 본인을 말한다. 결국 전부 다른 나를 이야기하고 있다. 그건 그렇다치고, 그렇다면 10년 전의 나와 현재의 나는 같은 사람인가? 책의 표현대로라면 10년 넘는 기간 동안 우리 몸속 세포 중에서 살아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그렇다면 어떤 측면을 나 라고 부를 것인가? 결국 저자의 생각은 바로 생각 이다. 우리의 생각, 기억, 이미지, 추억, 욕망들이다. 하지만 그 생각 역시 변한다. 그렇다면 나 는 누구인가. 너무나 허무하게도 정답은 정확한 나는 절대 찾아낼 수 없다 이다. 일상생활에서 경험할 수 있는 행동과 사고의 경험을 통해 철학적 지식에 접근할 수 있다고 하지만 책을 계속 읽다보면 뭐 이런게 다 있어 라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한편으로는 저자가 말한 것처럼 그래서 어쩌자고? 라는 질문이 저절로 나온다. 제목만 읽다보면, 정말 이대로 따라하기만 한다면 엽기적이라는 소리, 변태라는 소리를 절로 들을 것 같다. 오줌을 누면서 물을 마셔 보라니? 차안에서 사람들을 바라보고, 기어가는 개미를 따라가보라니? 햇살속의 먼지를 관찰하고, 과식으로 정체성을 탐험해보라니? 이 얼마나 엽기적이고 변태스러운가. 가끔은 이러한 일탈행위를 통해 뭔가 깨달음을 얻을 수도 있겠다 생각은 들지만 제목만 봐서는 정말 아니올시다 이다. 하지만 저자의 장난스러운 제목에 따른 전체 101가지의 놀이방법을 읽다보면 아니올시다 의 비중은 점점 줄어들고 있음을 느끼게 된다. 물론 그래서 어쩌라는 것이냐는 생각은 책 마지막 페이지를 덮을 때까지 남아있다. 그래서 저자는 친절하게도 제일 앞페이지에 이러한 생각의 정답을 제시하고 있다. "결국 어쩌자는 겁니까?""당신이 하고 싶은 대로!"
일상에서 철학하기 (원제 : 101 Experience de philosophie quotidienne)는 철학을 통해 나 자신을 알기 위한 노력을, 인내의 쓴맛과 열매의 단맛을, 존재를 확인시키는 생각의 통로를 직접 경험하게 한다. 위대한 사상을 익히거나 철학자들이 지나온 생각의 틀을 답습하는 것이 아닌, 오로지 ‘나’로부터 철학을 탄생시키는 것이다. 즉 이 책은 일상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사소한 계기들과 직접 소통함으로써 세상을 ‘낯설게’ 보게 하고 전혀 새로운 ‘왜?’라는 질문을 던지게 하는, 진정한 철학 ‘체험’을 선보인다.

책이 소개하는 철학 체험은 엉뚱하고 이상하고 심지어 웃기기도 하다. 그것은 모두가 예스 라고 할 때 혼자 노 라고 외치는 것과 같고, 여름교복이 반바지인 것과 같으며, 피처폰 세상에 스마트폰이 등장한 것과도 같다. 따라서 이 책은 매일 똑같이 반복되는 일상, 호기심이나 의심 따위는 기르던 개에게 던져버린 우리의 일상을 활력과 신선함이 넘치는 낯선 세상으로 변화시킬 것이다.



추천의 글
들어가는 글

001 내 이름 불러보기
002 낱말의 의미에 구멍 내기
003 ‘나’를 찾는 헛수고하기
004 딱 20분만 존재하는 세상 살아보기
005 반짝이는 별 내려다보기
006 풍경을 그림처럼 접어보기
007 잃어버리고 잊어버리기
008 갑작스러운 질문 던져보기
009 순간적인 고통 유발하기
010 나의 영원성을 느껴보기
011 낯섦의 틈새로 전화 걸기
012 여행 후 집으로 돌아오기
013 오줌 누면서 물 마시기
014 ‘나’인 동시에 내가 아닌 경험하기
015 어둠 속에서 길 잃어보기
016 온갖 장소와 상황 상상해보기
017 상상으로 사과 깎아보기
018 손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고 상상하기
019 땅 위에서 고산병 느끼기
020 나의 죽음을 상상하기
021 인생에 계량기 달아보기
022 천까지 숫자 세어보기
023 버스 기다리며 무서운 상상하기
024 공원묘지에서 달려보기
025 광대처럼 삐딱하게 세상 보기
026 우연히 낯선 여인 발견하기
027 꾸며낸 인생 살아보기
028 차 안에서 사람들 바라보기
029 기어가는 개미 따라가기
030 이름 모를 음식 먹어보기
031 햇살 속의 먼지 관찰하기
032 피로와 정면으로 맞서기
033 과식으로 정체성 탐험하기
034 방 안에서 동물이 되어보기
035 죽은 새를 무심하게 쳐다보기
036 까맣게 잊었던 장난감과 재회하기
037 흘러가는 시간 그대로 두기
038 아무 생각도 하지 않기
039 미용실에서 나의 운명 만나기
040 눈을 감고 상상하며 샤워하기
041 뜨거운 태양 아래 배 깔고 한숨 자기
042 서커스에서 인생을 구경하기
043 어울리지 않는 옷 입어보기
044 리듬 타며 글씨 써보기
045 의혹과 불안의 불 피우기
046 말을 한다는 사실에 집중하기
047 영화 보면서 펑펑 울기
048 아주 오랜만에 친구 만나기
049 헌책방에서 탐닉하기
050 음악 속을 둥둥 떠다니기
051 머리카락 한 올 뽑기
052 상상의 숲 거닐기
053 혼자서 아무도 모르게 시위하기
054 해먹에서 안 떨어지기
055 시사뉴스 헤드라인 만들기
056 단파 라디오 방송 듣기
057 소리를 줄인 채 TV 화면 보기
058 어릴 적 장소 찾아가기
059 싫어하는 음식에 익숙해지기
060 아무것도 먹지 않고 생각하기
061 10분간 소리 지르기
062 자동차로 숲 속 통과하기
063 고민하지 않고 무조건 주기
064 파란색 음식물 찾기
065 아주 착하거나 아주 나쁜 사람 되기
066 잃어버린 추억 되찾기
067 잠자는 그녀를 바라보기
068 나 홀로 휴일에 일하기
069 인류를 실수의 산물로 생각하기
070 기억 속 몸짓의 세계로 들어가기
071 모든 전화 차단시키기
072 아무에게나 미소 짓기
073 그림 속으로 빠져들기
074 밝은 대낮에 영화 보고 나오기
075 찬물에 뛰어들기
076 변하지 않는 풍경 찾기
077 녹음기로 내 목소리 들어보기
078 모르는 여자에게 아름답다고 말하기
079 어떤 냄새의 세계로 들어가기
080 어딘지 모른 채 잠에서 깨기
081 끝없는 계단 내려가기
082 감정을 누그러뜨리기
083 순간적인 것을 영원한 것으로 만들기
084 방과 나를 정돈하기
085 위대한 생각들에 포복절도하기
086 카페 테라스에서 투명인간 되기
087 상상의 호수에서 노 젓기
088 밤거리를 하염없이 돌아다니기
089 한 가지 물건에 집착하기
090 산타 할아버지 예찬하기
091 아이의 눈높이에서 놀아주기
092 백 퍼센트 순수 우연 경험하기
093 무릎 꿇고 전화번호부 읊어보기
094 다른 사람들이 무얼 하는지 생각하기
095 아무 데서나 연극하기
096 상상으로 사람 죽이기
097 목적 없이 지하철 타기
098 손목시계 벗어 던지기
099 수다쟁이 참고 견디기
100 파티 뒷정리하기
101 섬세한 애무를 탐험하기

옮긴이의 글

 

매드 사이언스 북

빨간 책방을 다시 찾아 듣다가 발견한 책. 읽을까 말까하다가 사게 된 계기는 바로 출판사 덕분이었다. 양질의 과학책을 시중에 내놓은 출판사였기에. 이 책은 말 그대로 미친 과학 실험 사례들을 쫙 열거한 책이다. 현재 우리가 누리고 있는 것들이 과거 불쾌한 실험에서 연유한 것이라는 사실을 깨달을 때마다 찾아오는 서늘한 느낌이 있다. 굉장히 재밌다. 한 가지 단점은 사례들을 계속 열거하다 보니 리듬이 떨어지는 순간이 온다는 것. 다만 이런 주제를 삼은 책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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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가 쉽다

김치가 쉽다고…, 말 너무 가볍게 하는 거 아니야? 나에겐 너무 어렵게만 느껴지는구만. 김치는 우리 민족에게는 없어선 안 되는 무엇이라고 할 수 있다. 김치를 평소 때에도 안 먹는 나도 라면을 먹을 때는 다른 반찬들은 가볍게 무시하고 김치 하나로 끝낸다. 그만큼 우리에게 있어서 김치는 가볍게 볼 수 없는 것이다. 우리에게 김치는 그런 것이기에 종류도 다양하다. 김치로 만들 수 있는 먹거리 또한 그만큼 다양하다. 하물며 삼겹살 먹을 때 삼겹살 고기가 떨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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