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선우작가의 책은 몇 년 전 [스파링]으로 처음 만났다. 현대사회가 안고 있는 부조리와 불평등에 관한 소설로 읽혔다는 기억이 있다. 그러다 얼마 전 디스토피아적인 미래사회를 그린 [모조사회]를 읽었고, 그 덕분에 이 책 [저스티스맨]을 만날 수 있었다. 책은 제목이 말하듯 개인영역에서의 정의란 무엇인지, 그리고 온라인상에서 벌어지는 마녀사냥과 맹목적인 믿음이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에 대해 생각하게끔 만든다. 어쩌면 사람들은 스스로가 저스티스하다는 믿음 때문에 자신이 저지르는 폭력을 정당화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연쇄살인 사건을 두고 범인을 추적하는 과정은 마치 추리소설을 읽는 듯한 착각마저 불러 일으켰다.서울에서 연쇄살인사건이 일어났다. 일곱 명의 피해자 모두는 이마에 2개의 탄흔을 남기며 살해되었다. 경찰은 범인은 물론 범행동기와 피해자들의 접점도 찾지 못하고 국민들의 공포와 불안은 극에 달했다. 누리꾼들에 의해 피해자 사진이 인터넷에 올라오는 등 경찰이 웃음거리로 전락한 판국에 저스티스맨이라는 닉네임을 가진 이가 운영하는 포털사이트 카페에 논리적인 사건분석이 올라온다. 저스티스맨이 내놓은 가설은 한 직장인의 이야기로부터 시작된다.부사관학교를 졸업하고 중사로 제대한 후 보험설계사 일을 하는 소심한 20대 직장인이 술에 취해 거리를 헤매다 이튿날 늦은 오후 경찰서 유치장에서 눈을 뜬다. 간밤에 회사근처 어느 빌딩 앞에서 토사를 하고 화단에 똥을 싸고 쓰러져 잠든 것을 관리인이 신고했다고 한다. 회사에 출근하니 인터넷이 온통 자신의 이야기로 도배되어 있다. 모자이크 처리 되었지만 자신이란 걸 바로 알아볼 수 있었다. 한 고등학생이 이른 새벽 독서실에서 밤 세워 공부하고 나오다 이 모습을 보고 술 취한 어른들의 만행을 고발한다는 정의감에 사진을 찍어 인터넷에 올린 것이다. ‘오물충의 만행’이란 제목이 붙은 게시물은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오르더니 시간이 지나면서 개인정보들이 나돌고 급기야 고등학교 졸업사진이 올라왔다. 게다가 인터넷 언론사의 한 기자가 이 사건을 자극적으로 기사화하면서 전 국민의 지탄을 받게 되자 가족마저도 외면한다. 그는 끝내 타국으로 떠나고 만다.저스티스맨은 인터넷에 최초로 오물충 사진을 올린사람이 첫 번째 피해자였고, 오물충에 관한 자료를 종합정리하고 졸업사진을 첨부해서 올린 오물충의 고등학교 동창생이 두 번째 피해자, 그리고 세 번째 피해자는 사건을 본격적으로 알린 인터넷 언론사 사회부 기자라고 했다. 첫 번째 피해자부터 세 번째 피해자에 이르기까지 저스티스맨이 내놓은 가설은 단지 우연이라고 보기에는 너무 많은 부분이 사실과 일치한다는 점에서 누리꾼들의 관심을 끌기 시작한다. 그러나 이때 까지만해도 누리꾼들은 오물충이 살인사건의 범인이며 설왕설래한다. 대중의 시선을 끌기위한 가학적이고 자극적인 게시물로 한 사람의 인생을 파괴한 이들이 피해자가 되었다는 점에서 오물충의 원한에 의한 살인사건으로 흘러갔다.허나 저스티스맨의 네 번째 피해자에 대한 가설이 올라오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원조교제를 한 여고생의 야동이 인터넷에 올라오자 그 여학생은 자살을 했고, 야동을 찍고 배포한 사람들이 네 번째, 다섯 번째, 여섯 번째 피해자였기 때문이다. 가설이 올라올 때마다 댓글에서 누리꾼들의 갑론을박이 계속되었고, 그 양상은 오물충의 개인적 복수극이라는 관점에서 허술한 법망의 대리집행자가 탄생되었다는 사회적 관점으로 옮아갔다. 연쇄살인마는 이제 킬러라 불리기 시작했으며 은연중 두려움의 대상에서 동경의 대상으로 변모하고 있었고, 카페 운영자인 저스티스맨의 글은 그 자체로 권력이 되어갔다.일곱 번째 피살자는 인터넷 여행자카페 운영자로 펜션을 운영하는 모녀의 꿈을 짓밟은 자였다. 이 가설이 올라오자 회원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기 시작했고 오십만을 훌쩍 넘었다. 이미 벌어진 일곱 건의 살인사건에 대한 온갖 자료와 논리적인 추리로 살인의 인과관계를 밝혀나간 가설은 이제 정설처럼 굳어졌다. 누리꾼들 중 누군가는 카페의 명칭을 ‘우리들의 킬러’라 가제로 정하고 명칭이 새겨진 배너를 선물했고, 누군가의 제안으로 저스티스맨은 이제 회장이라 불리기 시작했다.또 다시 피살자가 발생했다. 킬러와 관계가 없었지만 모기초단체 단체장으로 인터넷에 대한 폐해를 주장하면서 ‘우리들의 킬러’라는 카페를 예로 들었기에 그대로 묵과할 수 없다고 몇몇 회원들이 글을 올렸다. 그러던 차 여덟 번째와 아홉 번째 살인사건이 일어났다. 여덟 번째 피해자는 모기초단체장을 살해한 범인이었고, 아홉 번째 피해자는 법조인출신 여당 국회의원이었다. 커페의 회장이 올린 가설을 보면 이들은 여자와 돈관계로 서로 엮여 있었고, 심지어는 펜션을 운영하던 모녀와도 관계가 있었다. 중앙정치인에게 줄을 대려는 기초단체장, 그것을 이용하여 자신의 욕망을 충족시키는 중앙정치인, 그리고 약점이 될 만한 것을 은밀하게 처리하는 행동대장이 피해자가 됨으로써 악을 처단하는 킬러는 영웅이 되었고, 그 살해동기를 밝히는 가설을 올리는 커페 회장의 권력은 절대적이 되어갔다. 누군가는 회장과 킬러를 동일시하기도 했다. 허나 열 번째 피해자는 바로 카페 회장이었다. 카페회원들은 카페게시물이 아닌 신문지상을 통해서 그의 관한 사실을 알게 된다. 시나리오 작가 지망생이었던 그는 자신이 창작한 시나리오를 카페에 게시해왔다는 것이다. 회원들은 하나, 둘 자신이 선 자리에서 돌아서기 시작했다. 과연 범인은 누구일까소설은 대단한 흡인력을 가지고 있다. 읽기 시작하면서 잠시도 숨 돌릴 틈마저도 주지 않는다. 추리소설 기법을 가지고 있기에 더욱 그러할 것이다. 물론 작위적인 부분도 눈에 띄지 않는 것은 아니다. 단적인 예로 모든 살인이 총기에 의해 이마에 두발의 탄흔자국을 남기고 있음에도, 또 살인이 일어난 장소가 공공장소였음에도 목격자는 물론 총소리를 들은 사람 하나 없다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 그럼에도 소설은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먼저, 소설은 인터넷의 익명성이 빚어내는 마녀사냥과 영웅 만들기라는 부정적인 속성을 유감없이 다루고 있다. 다수가 권력이 되고 권력은 결코 자신들에 대한 반대를 용납하지 않는다. 그러나 세간의 평이 바뀌면서 자신들이 더 이상 다수가 아닌 것을 알았을 때 그들의 변신 또한 기가 막히게 빠르다. 자신이 다수 속에 포함될 때에야 비로소 안도하는 현대인의 심리를 보는 것 같다. 또 하나는 정의란 과연 무엇인가를 생각해보게 한다. 살인은 엄연한 폭력임에도 그것을 정당화하고 정의로 보는 것은 어설픈 정의감의 발로이다. 물론 피해자들이 행한 비열한 폭력을 옹호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그럼에도 소설을 읽으면서 씁쓸해지는 것은 입으로 정의를 외치는 자들치고 실제로 정의로운 자들이 있었던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이다. 뜬금없이 5공화국의 구호가 ‘정의사회 구현’이었다는 것이 생각난다. 어찌되었든 한권의 소설을 읽고서 많은 생각을 한 것은 참으로 오래간만이다. 도선우 라는 작가를 확실하게 기억시켜 주었다는 느낌이 든다.
2016년 문학동네소설상 수상에 이은 또 한 번의 돌풍
빼어난 흡입력과 속도감, 강렬하고 생생한 긴장감!
진실을 보는 눈이 사라진 시대에 정의란 무엇인가?
대형 문학상 연속 수상! 한국문단에 강렬하게 등장한 신예 작가 도선우
미실 (김별아), 아내가 결혼했다 (박현욱), 내 심장을 쏴라 (정유정), 스타일 (백영옥), 보헤미안 랩소디 (정재민), 살고 싶다 (이동원), 고양이를 잡아먹은 오리 (김근우) 등 한국문단에 신선한 바람을 일으킨 문제작들을 발굴해온 세계문학상, 제13회 대상 수상작인 도선우 장편소설 저스티스맨 이 나무옆의자에서 출간되었다.
2017년 1월 세계문학상 수상작이 결정되고 대상 수상자의 이력이 알려진 순간 그 자리에 있던 심사위원과 관계자들 사이에서 탄성이 터져 나왔다. 수상자가 다름 아닌 지난해 겨울 문학동네소설상을 수상한 신예 작가 도선우였기 때문이다. 갓 등단한 신인이 불과 몇 달 사이에 연거푸 대형 문학상의 영광의 주인공이 되었다는 사실은 모두를 놀라게 하기에 충분했다. 그가 등단하기까지의 과정도 화제가 되었다. 책이나 글과는 거의 무관한 삶을 살아오다 어느 날 한 권의 소설로 전혀 다른 세계를 경험한 후 문학 작품에 빠져들었고, 읽기는 쓰기의 욕망으로 이어져 8년 동안 40여 차례 문학상에 응모했다 떨어졌다는 이야기. 그 끈질긴 집념에 응답을 받듯 그는 2회 연속 문학상을 수상하며 누구보다도 강렬하게 한국문단에 자신의 존재를 알렸다. 이제 도선우는 한국문학을 이끌어갈 가장 기대되는 신인이라는 수식어가 어색하지 않은 작가이며, 저스티스맨 은 그의 행보를 더 큰 신뢰감으로 지켜보게 만드는 빼어난 작품이다.
저스티스맨 은 한국 사회에 만연한 폭력의 문제를 연쇄살인을 추적하는 추리소설 기법으로 예리하게 짚어낸 소설이다. 세계문학상 심사위원이었던 임철우 작가는 첫 부분 몇 쪽을 읽고 났을 때, 직감적으로 이것이 대상을 받겠구나 하고 확신했다. 그만큼 잘 짜인 스토리의 흡입력과 속도감이 빼어났다. 추리소설 기법을 통해 연쇄살인 사건을 추적해가는 이 소설은 시종일관 강렬하고 생생한 긴장감을 성공적으로 유지해낸다. 그렇지만 이 소설만의 진짜 특별한 매력은 또 다른 쪽에 있다. 인터넷 포털 사이트의 세계, 그 가공의 세계에 존재하는 익명성의 악, 그리고 그 악의 폭력성과 맹목성에 대한 예리하면서도 진지한 통찰력이 그것이다. 라며 이 작품에 아낌없는 찬사를 보냈다.
구성 Composition
잿빛 무지개 Greyed Rainbow
돈키호테 Don Quixote
고딕 Gothic
열기 속의 눈 Eyes in the Heat
아른아른 빛나는 물질 Shimmering Substance
회색빛으로 물드는 바다 Ocean Greyness
심연 The Deep
자화상 Self-portrait
연보랏빛 안개 Lavender Mist
열쇠 The Key
8번 The Number 8
여덟 안에 일곱이 있었다 There Were Seven in Eight
비밀의 수호자들 Guardians of the Secret
수렴 Convergence
불꽃 The Flame
다섯 길 깊이 Full Fathom Five
부활절과 토템 Easter and the Totem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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